침대와 한 몸이 되는 기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침대가 저를 정식 직원처럼 붙잡고 있습니다. 잠깐만 누웠다는 말은 늘 거짓말이었고, 오늘도 이불이 승리했습니다. 물 마시러 일어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일단 발끝만 바닥에 내려 봤습니다. 이 정도면 인간으로 복귀하는 첫 단계라고 우겨 봅니다. 결국 물을 마시러 갔다가 과자도 하나 가져왔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과자를 먹으며 할 일을 바라봤습니다. 놀랍게도 할 일은 제가 눈을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더군요. 침대와의 협상력이 너무 약한 편입니다. 그래도 저녁이 끝나기 전에 쓰레기 하나를 버리고 샤워를 했습니다. 오늘의 생산성 보고서는 초라하지만, 이불 밖에서 두 번이나 왕복했다는 사실을 작은 그래프로 그리고 싶습니다. 내일의 저는 이 기록을 보고 조금 덜 비웃어 주길 바랍니다. 내일도 침대가 이긴다면 협상안을 다시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