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갔는데 가격표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예전 같으면 고민하지 않았을 금액인데, 요즘은 결제 뒤에 남을 불안까지 같이 계산하게 됩니다. 결국 사지 않고 나왔고, 집에 와서도 그 선택이 맞았는지 계속 생각했어요.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보다 모든 선택에 설명이 필요해진 느낌이 더 지칩니다. 누구에게도 변명할 일은 아닌데 스스로에게 계속 이유를 제출하는 기분이에요. 그렇다고 무작정 참기만 하면 생활이 너무 작아질까 봐 걱정됩니다. 오늘은 필요한 것, 있으면 좋은 것, 당장은 미룰 것을 종이에 나눠 적었습니다. 답이 바로 생기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에서 빙빙 돌던 숫자를 밖으로 꺼내 놓으니 조금 덜 무서웠습니다. 다음 달의 제게 너무 많은 희생을 미루지 않으려 합니다. 당장 모든 걱정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오늘 필요한 것을 고르고 포기한 이유를 나쁘게 부르지 않는 연습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