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표만 잘 만드는 사람
계획표는 색도 나누고 시간도 잘 맞춰서 만듭니다. 만들 때는 벌써 정리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첫 칸도 시작하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가요.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 때문에 시작을 못 한다는 말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하게 적으면 또 이렇게 해도 되나 싶어서 다시 고치게 됩니다.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일을 하는 시간보다 길어졌습니다. 오늘 계획표에는 실행한 항목이 거의 없습니다. 내일도 새로 만들지 말고 오늘 것을 그대로 보려고 하는데, 빈칸을 보는 일이 너무 답답할 것 같습니다. 계획표를 지우고 다시 쓰는 동안에는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 시간에는 아주 쉬운 일도 미뤄 버립니다. 칸을 잘게 나누면 될 줄 알았는데 빈칸만 더 많아졌어요. 계획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하루가 끝날 때까지 수정만 합니다. 계획표가 저를 돕는 도구인지, 제가 못 한 일을 보여 주는 판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