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표를 보고 숨이 막혔다
다음 주 일정표를 열어 보고 바로 닫았습니다. 비어 있는 칸보다 채워진 칸이 더 많아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늦은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하나씩 하면 된다는 걸 아는데도 한 화면에 모여 있으면 전부 동시에 달려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정을 시간 단위가 아니라 순서로만 다시 적었습니다. 꼭 해야 하는 일, 미뤄도 되는 일, 도움을 요청할 일을 나누니 화면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마음은 조금 덜 엉켰습니다. 특히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 하나를 동료에게 물어볼 수 있게 된 게 가장 컸어요. 내일의 저는 또 불안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의 저는 막막함을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일정표를 다시 열 수 있을 만큼만 정리한 밤입니다. 전부 해결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이라 이런 방식이 낯섭니다. 하지만 한 번에 다 잡으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밤보다, 작은 줄 하나라도 옮겨 둔 밤이 다음 날의 저에게 더 친절할 것 같습니다.